하루, 시간을 건너다
서문시장에서 우주와 바다까지
올 1월에 아이들과 처음 서문시장을 다녀왔었어요
그땐 추웠고 차는 많았고 주차까지 오래 걸렸지만
우리 가족은 이제 그 정도 시간은 지루해하지 않아 해요
다만 계획 없이 갑자기 간 거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죠
그래서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대구광역시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조금 일찍 나서기로 하고요
아침 6시 기상이 목표였지만
아직 아이들에게 이른 기상은 힘든가 봐요
그래도 7시 30분에는 출발했으니 이미 성공한셈이죠
(시장에는 9시 도착)
가서 맛있는 걸 먹자며 차에서는 간단하게
토마토로 속을 먼저 채웠어요
꿀맛이네요


비 오는 대구의 서문시장 오전 9시 풍경은
분주함이었어요
트럭으로 짐을 옮기고
이제 막 셔터가 하나씩 올라가고
상인들의 분주한 손길이
이미 시장의 아침을 열고 있었어요
멸치다시 냄새가 솔솔 나니
칼국수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ㅋ
어디를 가는지보다, 우리 가족이
함께 나선다는 사실이 더 좋아요
피곤해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표정에
기대감도 엿보였어요
나는 그 표정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생각했죠
오늘은 조금 느리게 걸어야겠다.
사람의 온도가 모이는 곳
서문시장 시작해 볼게요



주차타워를 빙빙 돌아 올라가면 (살짝 좁으니 안전운전)
2층은 장애인 배려공간이 먼저 나와요
텅텅 비워있어요
그 위로도 아직 자리가 많았어요
새벽 공기를 가르며 서둘러 나온 덕분이었을까요.
늘 전쟁 같던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괜히 가슴이 짜릿해졌어요.
남들보다 조금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하루를 선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시간을 번 사람처럼, 작은 승리를 얻은 사람처럼
괜히 어깨가 한 번 더 펴졌어요.
작은 일에 너무 오버를 하죠? ㅋ


낯선 풍경 ㅋ 준비가 안된 매대를 지나자
서문시장의 골목
늘 그렇듯 그 익숙함이 바로 나타났어요
우리같이 서둘러 시장구경 온 관광객도 많았구요
기름이 튀는 소리, 국물이 끓는 냄새,
겹겹이 쌓인 목소리들
땅콩빵엔 이미 긴 줄이 ㅋㅋㅋ
그 사이를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일단 우린 아침을 먹어야 해요 ㅋ
시장이 얼마나 큰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전날 검색해 보니 지하에도 먹거리가 있었더라구요
저번엔 지하가 있는지도 몰라서 당연 안 가봤고
건물 안쪽으로도 몰라서 당연히 안 갔고
평범한 시장 지상으로만 걷다 와서
이번엔 지하부터 내려가봤어요
또 다른 세상 ㅋ


뭘 먹을지 빙빙 돌았는데
초등 아드님이 팥칼국수 맛이 궁금하대요
다른 집에는 없는 팔칼국수에 꽂혀
지원이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테이블마다 오이 아삭 고추가 산더미처럼 있어요
이곳뿐 아니라 지하 거의 모든 칼국수집에
이런 초록 고추가 풍성하게 놓여있어요
신기했습니다 ^^
이런 걸 처음 봤으니까요
시장에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물건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오간다?
“많이 줄게요.” “맛있어요” “어서 오세요”
짧은 말 한마디에 담긴 온기.
지원이네는 맛도 있었는데 친절하셨어요
우린 또 다른걸 더 먹어야 하기에
메뉴는 깔딱 요기할 정도로만 먹었고




바로 근처 빙수집을 찾아갔어요 서문빙수
미리 검색해서 알아온 집으로
단무지 빙수라고도 불리는 망고빙수맛집인가 봐요


여기 시그니처는 서문빙수인데 우린 망고빙수를 먹었어요
제 기준에서는 맛은 있지만 비싼 편 ㅋ
(저는 알뜰한 주부니까요)
하지만 양이 적어도 나쁘지 않았어요
또 먹으러 가야 하잖아요 ㅋㅋ

아이의 손을 조금 더 꼭 잡고 이곳저곳 다녔어요
이런 공간이 사람을 조금은 둥글게 만든다는 걸,
언젠가 아이도 알게 되겠죠?
시장구경을 즐기게 된 아이들이라 더 재미있어요




세상 평범한 볼펜이 세상 하나뿐인 볼펜이 되는 공간
저게 이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장식들로
불펜에 하나씩 붙이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이 바글바글 한 것 보니 유행 맞네요
옷이며 그릇이며 여기저기 구경하다
또 맛집으로 소개된 에덴김밥과 서문김밥을
한 줄씩 포장하고
저번에 못 먹은 폭탄붕어빵도 포장해서
다음 코스로 이동합니다



웨이팅 맛집에서 프리패스로 포장하고 온 기분
점심은 차에서 김밥으로 해결했어요
사실 배도 안 고팠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흡입
비 오는 날이었지만
비도 맞지 않는 서문 시장 구경 마무리
3시간 머물렀지만 절반도 못 본거겠죠?
다음에 또 가야겠어요 ㅋㅋㅋ
참 ~~~!
이곳 공영 주차장은 자리도 엄청 넓어서
완전 초초보도 주차가 어렵지 않겠어요
약 3시간 주차하고 5,700원 결제
주차장 올라가기 전 사전요금결제 기계 있어요

서문시장 안녕~~~~ 또 올게




김밥 먹으며 이동
우리 가족 대구여행 두 번째 방문지는
국립대구과학관입니다 !!!!!

저는 대구박물관을 가보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듣자말자 무조건 과학관이라네요
역시 잘 놀아요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만지는 시간
태풍의 바람을 직접 맞아보고
토네이도의 휘몰아치는 연기를 직접 보며
여전히 어렵고 무서운 과학과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도 경험했어요
스티커 사진도 찍을 수 있어 가족사진
남기기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답니다
역시 과학관에서 잘 보고 잘 노는 아이들

위 사진 속 공간은
직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인데
타이밍 잘 맞게 들어가는 것도 행운이었어요
해설사의 질문에 정답을 말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던 팔불출 엄마입니다
그래서 기념촬영을 ✌🏻
여기서 잠깐
이 자격루는 (자동물시계) 장영실의 발명이었죠
장영실은 누구인가요? 잠시 공부 좀 허실게요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해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걸 발견해 준 임금을 만나
나라를 위해 재능을 마음껏 펼친 과학자
[장영실 소개]
장영실(蔣英實,?~1450년 이후)
조선 세종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입니다.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1️⃣ 출신과 성장
원래는 관노(官奴), 즉 관청 소속 노비 출신이었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알려지면서 발탁되었고,
세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궁궐에서
과학 기술 개발에 참여하게 됩니다.
조선은 신분제가 엄격한 사회였기 때문에,
그의 등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세종이 얼마나 인재를 중시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 주요 업적
🔹 자격루 (자동 물시계)
물의 흐름으로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장치
궁궐에서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데 사용
🔹 앙부일구 (해시계)
백성들이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만든 해시계
글자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설계
🔹 측우기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
농업 국가였던 조선에서 매우 중요한 발명품
🔹 혼천의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기구
천문학 발전에 기여
3️⃣ 말년
어느 날 왕이 타는 가마(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이 있었고, 그 책임을 지고 파직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생애 후반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4️⃣ 왜 중요한 인물일까?
신분을 넘어 실력으로 인정받은 인물
과학 기술을 백성의 삶에 연결한 실용적 과학자
세종 시대가 “과학의 황금기”로 불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
영화 천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장영실 이야기를 한번
짚고 가고 싶었어요
정말 천재 아닌가? 대단한 분이죠

이렇게 국립대구과학관에서의 3시간은 지났고
우리 집 아이들은 문 닫을 때까지 끝까지
뭐라도 한번 더 보고 더 놀고 더 만지는 스타일인데
국립대구박물관 당일 입장권 소지자는
달성화석박물관 50% 할인입장이라는 문구를 본
딸의 요청으로 조금 일찍 나오게 되었습니다
거의 옆 건물이라 해도 맞을 듯 가까운 곳이라
걸어서 화석박물관을 갔지요
대인 2 소인 2 50% 할인받아서 ₩5,000
1시간 여유 있었지만 5천 원이면 괜찮은 편

입구부터 멋지고 시설이 굉장히 깔끔한 느낌이라
첫인상부터 좋았습니다
“어? 괜찮은데?”
마치 깊은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화석박물관답게
젤 먼저 본 것은
화석의 생성과정




수백만 년 전, 이 땅이 바다였던 시간.
그 바다를 헤엄치던 고래의 흔적이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다며
네 발로 걷다 진화되어 고래가 된
지금도 고래는 보이지 않는 다리뼈가 있다고
아이가 배운 내용을 이야기해 주네요


제가 봐도 신기했습니다
아이 숙제 걱정, 내일 일정, 새 학기 걱정
괜히 마음 쓰이던 사소한 일들이
이 긴 시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고
“여기가 바다였다고?”
아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도
언젠가는 다른 모습이었고,
앞으로 또 변해갈 것이라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변한다는 건
사라짐이 아니라 이어 짐이라는 뜻이라잖아요
아이의 시간은 지금 막 시작되었고,
고래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조용히 한 줄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화면에 퀴즈를 풀면 점수가 나오고
옆에서 화석퀴즈 우수상이 출력됩니다
이런 거 애들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공부도 되고 재미고 있고
일석이조~~

대형 화분들이 멋있었어요
중간중간 쉼터도 있고
뷰도 나름 좋아서 스치듯 눈호강하고요
저희는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어요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스탬프는 어딜 가나 ㅋ
아이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셨네요
네모 반듯하게 잘 찍기 대회 나가면
우리 딸은 1등입니다



달성화석박물관도 이렇게 인사하고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
해가 기울 무렵, 차 안은 조용해졌어요
비도 오고 있고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했을 테고
많이 웃고 많이 걸은 아이들은 금세 잠이 들었죠
시장의 온기를 지나
우주의 거리까지 닿았고,
수백만 년 전 바다도 만났어요
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넓은 세상이 들어올 수 있다니.
아이가 자라 이 날을 또렷이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오늘 느꼈던 따뜻함과 설렘은
아이의 어딘가에 남아 있을 테니까…..
드디어 봄방학도 끝나고 개학을 하고
저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오늘 우리는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넓은 시간을 품고 돌아왔어요
다음 주는 어딜가지? 고령을 가볼까?
경남에서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도시가 고령인데
배우자는 꽃구경을 하러 가자하네요
어디라도 좋아요
저는 우리 가족이 똘똘 뭉쳐서 다니는
나들이 여행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하루가 기분 좋게 지나갔고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웃었던 날이었네요
“다음엔 또 어디로 가볼까?”
이 즐거운 고민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여행도 계속될 것 같아요.
손 꼭 잡고 아이들과 무조건 나가세요
휴대폰 의존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입니다

